날씨가 무척 화창했던 지난 5월 27일, 우리는 어디론가 놀러가고 싶은 유혹을 간신히 이기고(짝짝!!) 어김없이 한국여성노동자회 지하 강당에 모여 희망을 논하는 네번째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 날은 하자센터 부센터장이자 노리단 단장님이신 휘님이 "나와 사회의 행복을 꿈꾸는 청년들의 멋진 데뷔"라는 제목으로 청년과 사회적기업에 관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하자센터는 10대들이 성장해 20-30대가 되면서 겪는 문제들을 놓치지 않고 주목하면서, 문화예술 쪽을 기반으로 경력을 다진 30대 5명, 갓 대학을 졸업한 2명, 탈학교 청소년 4명을 모아 주식회사로 공동창업을 했고, 그것이 '노리단'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 때 당시에는 사회적기업에 관한 논의가 한국에서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었지만, 최근에 한국에도 사회적기업의 실험들이 시작되면서, 사회에 기여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시키고자 노리단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했고 합니다.  

 그 후로도 오가니제이션 요리, 트래블러스 맵, 리블랭크 등 사회적기업들을 인큐베이팅하고, 청년 사회적기업가 양성과 실질적 창업을 위해 20,30대를 위한 창업설명회를 열기도 했는데, 그 때 온 청년들이 무려 600명이나 됐다고 하네요. 122명이 10개의 팀으로 모여 창업까지 시도했다고 하는데, 정말 청년들의 열정이 활활 타오르는 유의미한 실험의 장이 되었을 것 같네요. 

 휘님은 이 모든 과정에 함께 하면서, 엄청난 삽질과 끊임없는 실패가 없는 청년들의 '멋진 데뷔'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실패를 회피하려고 하면 창조하고 도전하는 일을 두려워하게 되고, 그 속에서는 아무 것도 탄생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삽질과 실패가 멋진 데뷔의 중요한 밑천임을 잊지 말고, 삽질을 촌스럽게 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상태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질르라 하셨습니다.ㅎ


 휘님은 프레젠테이션과 동영상 자료들을 통해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의 지형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짚어주셨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첫날의 조한혜정 교수님 강연이 많이 오버랩되었는데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정말로 많은 것들이 달라졌구나, 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90년대에는 청년들로 하여금 '네 멋대로 해라'가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신문과 방송에서 20대가 사라지고 있는 점을 지적하셨는데, 청춘의 자화상, 사랑과 우정, 모험, 일탈과 같은 그 시기에 할 법한 스토리가 있는 드라마도 없고, 영웅담을 담은 다큐도 사라지고, 대신 '부자 되세요'라고 외치는 CF와 로또 열풍만 난무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죠.

 이러한 사회에서 우리는 불안을 내면화하고, 내년의 경쟁에서 뒤쳐질까봐 오늘을 준비하며 사는, 즉 선행학습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뭔가 해볼까?' 하며 실험해보는 행위가 일체 사라지고, 아이든, 청년이든, 성인이든 미래의 삶을 대비하기 위해 오늘을 허비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합니다. 이렇게 불안이 일상이 되고 집단 불감증에 걸려버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내면에 깊이 파고들어 있는 불안을 잘 컨트롤하기 위해, 우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뭔지를 찾아야겠죠?

휘님은 이것을 청년 문제라고 부른다면, 산다는 게 뭔지, 내 인생의 가치는 뭔지를 중심에 두고 답을 찾아가는 시도를 지금부터 차근히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너와 나를 서로 살리면서 뭔가를 만들어볼 줄 아는 감각, 그것이 바로 Creative partnership이고 이것이 휘님이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의 핵심 원리라고 합니다. '부자되세요!'라는 말대신 '너 행복하니?' '나와 같이 해볼래?' '나 좀 도와줄래?'라고 말을 건네는 것, 그것이 첫 출발이 되겠지요.

이 날은 사회적기업의 예시들을 심도깊게 듣는 자리보다는, 희망을 찾아 떠나는 길목에서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삶을 준비하고, 어떻게 너와 내가 한발짝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제안과 격려의 자리였습니다. 지금까지의 강좌들을 통해 우리가 각자의 삶의 가치를 점검하고, 불안을 떨치고 출발선 앞에 용기있게 설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정말 우리의 몫이 남은 것 같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보여줄 때가 아닌가요?ㅎ

강좌가 끝난 뒤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자센터에서 인큐베이팅한 사회적기업들은 무엇이 있는지, 노리단이 지향하는 사회적기업의 가치가 뭔지 등, 다양한 질문들을 통해 더 깊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다음 강좌 때에는 사회적기업의 생생한 사례를 직접 들을 수 있으니, 못다 한 이야기들은 다음 주에 또 나누도록 하지요.^^

이 날 뒷풀이에는 여덟분이 함께해 거의 토론에 버금가는 진지한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강좌가 끝난 뒤 잠시라도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매우매우매우 중요하다는 거, 다들 잊지 마시고 다음엔 더 많은 분들 함께 하길!!  

그럼 6.2선거 날 투표하는 개념녀로 거듭나, 3일 목요일에 다시 만나요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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